2009년 11월 27일 금요일

[부산시향] 제454회 정기 연주회 "베토벤 7번 교향곡"

흐리기 시작한 오후..

 

오전에 택배로 받은 책들을 훝어보다가 길을 나선다..

 

두 장의 티켓을 예매해두고는 한 장의 티켓은 주인을 찾지 못한다.

 

조금 일찍 도착한 문화회관 대극장

 

정기회원 매표소에서 외로운봉우리 선생님을 뵙고 로비로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나누었다..

 

로비 공연이 없음을 조금 아쉽게 생각하며 들어선 공연장..

 

오늘따라 만석이다..

 

만석 속에 덩그러니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곽승 선생님이다..

 

솔직히 곽선생님의 지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처럼만의 지휘하는 모습은 반갑기도 하다..

 

로시니로 시작되어 모짜르트로 넘어간다..

 

피아노 협연을 맡은 플로리안 율리히는 그 훤칠한 키와 외모로

 

먼저 관중의 마음을 훔쳐간다..

 

피아노 협연 때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가장 좋은 좌석은

 

C열의 100~200번대 사이의 가장 왼쪽줄이다...

 

정확히 건반위 연주자의 손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자리...

 

운이 좋아서였는지.. 몇 년전 유키구라모토 연주회 이후 계속 그 라인을 지켜오고 있다...

 

독일계의 피아니스트..

 

금발의 환상적인 손놀림..

 

한국예종의 김대진 선생님의 백발 만큼이나 멋있다..

 

앵콜곡으로 보여준 현란한 손놀림의 향연..

 

항상 그럴때마다 느끼는 것이 악기 하나를 제대로 못 배워뒀다는 아쉬움..

 

인터미션이 되서 로비에서 서성거리기 싫어 밖으로 나가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 마시고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독일계 남자 두 명이 내 옆으로 와서는 라이터를 빌려달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협연자 율리히를 보러 왔단다..

 

모처럼만에 듣는 독일 억양이 많이 섞여있는 영어가 마치 똑딱거리는 시계소리처럼 들렸다..

 

다시 공연장..

 

베토벤 7번이다..

 

노다메칸타빌레로 유명해질만큼 유명해진 곡...

 

베토벤이 정말 행복한 숙면에서 깨어나서 작곡한 곡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맑고 밝은 음들이 쏟아져나온다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약간 무거운 느낌.. 약간 답답한 느낌...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은 느낌...

 

왠지 모르게 곽승샘의 지휘의 오케스트라를 들을때마다 느껴지는 무거움..

 

머리속으로는 노다메칸타빌레를 떠올리며.. 치아키의 미소와 땀을 내 눈속에 유입시켜 오케스트라를 본다..

 

그러고보니.. 편성이 약간 바뀐듯..

 

몇몇 연주자들의 자리가 바뀌었다..

 

그래서 그럴까? 바이올린쪽은 이동이 제법 있어 보인다..

 

4악장까지의 연주가 끝이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산찬가가 앵콜곡으로 연주된다...

 

살짝 고개를 까딱거리며 듣고 있는데.. 꼭 열린음악회에 앉아 있는 기분이랄까? 살짝 아스트랄했다는 표현이 맞으련가..

 

연주가 끝나자말자.. 정말 급 총알로 주차장으로 튀어 나왔다..

 

아마도 연주 끝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보긴 처음인듯..

 

연주자들과 인사도 못나누고..

 

지인분들과 인사도 못나누고..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인사도 못나누고..

 

이준양 선생님 뒷모습을 뵈었는데.. 아마도 명영정선생님도 오시지 않으셨을까?

 

어쨌든.. 16일 공연때는 다시 인사를 드려야 할텐데..

 

집 근처에 도착해서 두개피의 담배를 또 다시 허공으로 날려보내고

 

모션트위닝 효과처럼 보여지는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의 라이트가 미끄러지듯 보이는 황량한 도로를

 

한참 또 쳐다보고 집으로 들어왔다...

 

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

 

그러고보니.. 연주회 후기가 또 쓸데없는 이야기로 길어진다..

 

어쨌든..

 

모처럼만의 곽선생님의 지휘..

 

역시나 조금 아쉬운 느낌의 연주..그렇지만..

 

그 음악들 속에서 잠시나마 숨쉴 수 있었다는 행복감이

 

복잡하고 답답한 머리속과 가슴속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저녁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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