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교향악단 제453회 정기연주회 및 제64회 UN의 날 기념음악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
토스카의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고 일주일이 흘렀다.. 453회 정기 연주회..
이번에는 쇼스타코비치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분명 쉽지 않은 레파토리인데... 지난 주 그 정도의 연주를 하고 다시 이렇게 작품을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차를 두고 나간 탓에 조금 서둘러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제법 버스안이 붐빈다..
요 몇일의 일들로 당분간은 차를 두고 다닐 요량이어서 버스와 지하철에 빨리 익숙해져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지하철에서 멀미기도 느끼고 버스는 사람들의 부대낌에 정신을 못차린다..
배부른 소리란걸 잘 알기에 불평은 여기서 그만...
어쨌던 버스의 뒷자리 부분에 자리를 잡고서서 들고 있는 책을 펼쳐든다.
내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내리면서 누군가가 그 자리를 앉는다.. 그냥 서있는 편이 책읽는 밝기에 좋을듯해서 굳이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앉으신 분이 살짝 미안하신지 가방을 내려달라신다.
일단 늘 매고 다니는 가방의 무게가 만만찮기 때문에 선뜻 내어드리기 그래서 사양을 했다..
한 두번을 더 내어달라시는데 자세히 보니 고등학교때 선생님이다.
물론 수업을 들은 기억은 없는데 확실히 고등학교때 선생님이다.
"혹시 브니엘 고등학교...."하는데 살짝 미소를 보이신다.. 이 선생님이 이렇게 인자한 표정을 지으신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덜컥 손을 내미신다.. 인사를 드리고 손을 잡아드리고 가방은 제가 매고 있겠다 말씀을 드리니 다시 창밖을 내다보신다.. 하필이면 선생님 성함이 생각나지 않을까.. 뭐 그래도 3년간 담임선생님들의 성함은 기억나는 듯 하다...
한참을 버스를 타고서야 문화회관에 도착했다... 금요일 저녁이서였을까 제법 길이 많이 막혔다..
역시 차로 욺직이는 게 시간이 적게 드는 듯 하다..
내릴 채비를 하며 선생님께 인사를 드려야겠다 생각을 하는데 선생님께서 내릴 준비를 하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시 문화회관 내리십니까 했더니 오늘 공연이 있으시단다.. 나름 반가움에 시향 정기연주회 가십니까 했더니 그러시단다..
버스를 내린후 공연장으로 걷는 도중 여러 말씀을 해주신다..
지휘자 오충근씨께서 선배라시면서 다음에 꼭 따로 인사를 드려보라는 말씀과 선생님께서도 시향을 꽤나 오랜동안 들으러 오셨다고 하신다.. 근데 왜 한번도 못뵈었을까.. 나도 어느덧 시향을 들으로 다닌지 5년이 넘었는데..
어쨌든 정기회원 창구에서 표를 찾고 로비로 들어서니 뮤클에서 뵈었던 분께서 또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신다. 한 집 건너 한 집 인연이라고 이렇게 또 인연을 만들어가는 구나 생각이 든다.
선생님께 차 음료 캔을 하나 뽑아 전해 드리고 공연장으로 들어선다.
다행이도 이번 좌석은 B열 앞쪽 제일 오른편.. 기분좋게도(?) 옆자리가 빈다...
차라리 혼자 와서 뻘쭘하다는 느낌보다는 옆자리가 참석 못했구나가 더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뭐..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효과가 났으니...
아쉽게도 그 환상은 2부가 시작될 무렵 누군가 앉아버리는 바람에 무참히 깨어져버렸지만.
그러고보니 참 공연 후기를 적을 때는 작품에 대한 감상평보다 잡설이 더 긴듯 하다.. 뭐 어쩌겠느냐..
어짜리 내 나쁜 기억력을 위한 기록들임을..
리신차오가 바이올리스트를 앞장세워 무대로 들어선다..
허걱.. 사진보다도 실물이 더 중국인 같은 솔리스트...
그냥.. 딱 생각나는 단어.. "띵호야"
아씨.. 무슨 찜빵가게 사장님 같은 아저씨가.. 라는 생각이 가득 든다...
그나마 아니시모프때는 길쭉길쭉 멋진 러시아 아저씨들이 많았는데.. 지휘자에 따라 역시 따라오는 협연자 스타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가득든다..
왠지 모를 건방짐, 불안함.. 이런것이 연주자의 표정에 드리운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제 1번 1악장이 시작된다..
여전히 그닥 바이올린 소리가 귀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 좌석이 제법 마음에 든다... 솔리스트가 너무 잘 보인다.. 표정 하나하나 보잉 한획한획..
2악장 알레그로가 시작되면서 솔리스트의 손놀림이 달라진다... 긴장을 넘어선 집중력인가?
현란한 손놀림이 시작된다... 집중 집중... 모처럼만에 자세가 뒤로 기댄 모습에서 앞으로 바짝 숙이고 앉게 된다..
현이 한올 나간다.. 미친듯이 코드를 넘나드는 손가락..
오케스트라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 지휘자 뒷통수를 즐겨(?)보는 나로서는 리신차오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숨쉬기 힘들만큼 정신없이 쏘아붙이는 바이올린의 선율..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나 자신도 정신이 없다..
절정의 순간에는 숨을 참고.. 한참을 그렇게 집중하다 가뿐숨을 내뱉는다..
아.. 띵호야가 띵호야가 아니구나... 머리속에서 빙글빙글...
35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이 없었다....
쏟아지는 박수소리..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부라보....
한참을 어둠속에서 바이올리스트만 눈앞에 보였는데 조금씩 밝아지면서 부산시향 단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 역시도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다..
내 입가에도 미소가 숨겨지지 않는다...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다 잊혀질만큼 황홀했다고 해야하나..
콜을 받고 나오는 그는 팔이 많이 아프다는 표현을 한다.. 연신 손목을 풀어대며 팔을 붙잡으며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다..
관객들은 웃는다.. 비웃음이 아니라 그의 표정과 표현이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도저히 앵콜이 힘들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무대 저쪽에서 리신차오가 계속 내보낸다..
결국 앵콜을 한다.. 리스트 라캄파넬라..
변주로 시작한다...
다시 그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덩달아 내 심박수도 빨라진다...
그의 쉼세없는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손가락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4분여의 연주가 40분보다도 길다... 4분여의 연주가 40초보다도 짧았다...
아마도 감동의 깊이는 40분이었고, 집중으로 인한 시간의 흐름은 40초였다는 표현이 더 쉬울수도 있겠다.
결국 마지막 부분에서 솔리스트는 자신의 소리에 취해 비틀거리다 넘어진다...
우렁찬 박수...
또다시 터져나오는 부라보...
미칠것 같았다... 입가에 연신 미소가 떠오르고.. 나 또한 미친듯이 박수를 보낸다...
심장 박동이 머리속을 내치는 느낌이다..
이어지는 두번째 앵콜.. 저렇게 열정적인 연주를 하면서도 팔이 괜찮을지 정말 걱정이 된다.
두번째 곡은 영화 레드 바이올린에 삽입된 곡.. 집에 DVD가 있는데 한번밖에 보지 않았던터라 곡이 약간 낯설다. 그러나 문제 될 건 없었다....
정신줄을 놓는다는게 이럴때도 써먹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없이 활시위를 타고논다
결국 곡이 끝나면서 활이 날라간다...
김동욱 악장이 깜짝 놀래며 활을 줏어든다...
이를 어찌하나.. 어떻게 표현해야 이 기분을 풀어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좋다.. 내가 잘 모르니까 그래서 더 좋다.. 정말 무서운 솔리스트다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자리에 앉아 정신을 못차리고는 널부러져 있다 로비로 나왔다....
2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
곽근수씨의 해설이 이어진다.
대다수 작품이 나에게는 그렇지만 예전에 딱 한번 접해봤던 작품인지라 예습을 못해 조금 불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그냥 듣다가 잠이 오면 자라는 해설.. 단.. 옆사람에게 방해 안되는 수준으로..
그래도 프로그램 설명이 있어서였을까?
교향시의 각 주제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음악에 빠져드니 생각보다 재밌다.
중간 끊김이 없는 탓에 흐름을 놓칠까 미리 걱정을 해보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만큼 각 주제들이 음악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예전에 들었을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그리고 첼로와 비올라가 돈키호테와 산초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고 할까? 그리고 그 뒷 공백을 채워주는 제1 바이올린.. 첼리스트 양욱진, 비올리스트 김가영,바이올리스트 김동욱 악장 세사람의 화음이 작품의 특징을 충분히 살려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45여분의 연주가 지겹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특히나 리신차오의 지휘는 볼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정말 즐겁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를 정확히 찔러준다.. 그리고 부산시향이 화답한다..
분명 아니시모프때와는 다르다...
언제 역대 시향 지휘자들에 대한 글도 한번 써보고싶다.. 물론 그들을 평가할 만큼 내 능력은 안되지만
내 나름의 느낌을 적어볼 기회를 가지고는 싶다..
쇼스타코비치의 감동 때문일까 충분히 좋은 연주의 돈키호테였지만 머리속에서는 계속 바이올린의 선율만 빙글 빙글 돌았다..
다음 연주회는 모처럼만의 곽승 선생님..
고민중이다.. 올것인지 말것인지.. --;;
아무튼 무척이나 즐거운 공연이었다...
마치고 모처럼만에 외로운봉우리님께서 리신차오와 뒷풀이가 있다고 참석하라고 하셨는데
장소 앞에까지 갔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다..
그냥 내 즐거움을 나 혼자 더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돌아오는 길에 또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집에서 문화회관이 그렇게 먼거리인줄 모처럼만에 깨달았다...
한참을 버스를 탄다는게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