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부산시향] 시향.. 오페라 '토스카'를 만나다...

오페라 최초로 전문적 직업을 가진 여주인공이 등장한다는 토스카...

 

과연 리 신차오가 이 작품을 어떻게 시향으로 소화시켜낼 수 있을까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오페라 무대를 준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한 갈라쇼도 아니고.. 과연 어떤 프레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일지가 과히 기대되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었다..

 

늦지 않게 도착한 문화회관은 벌써 주차장 3층이 거의 찰 정도로 차량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적당한 자리에 차를 주차하다 처음으로 사이드 미러를 기둥끝에 살짝 스쳐버렸다.. 에구.. 이를 어째...

 

뭐 크게 상한건 아니었으니..

 

바뀌어버린 정기회원 정책으로 티켓을 찾느라 잠시 헤메이고 대극장으로...

 

몇년만에(?) 처음으로 혼자 대극장을 들어섰더니 어색함이 가득...

 

공연까지 30여분도 넘게 남은 탓에 담배를 한 대 필까 생각도 했지만 옆자리 앉으실 분을 배려해서 일단 참고

 

구석에 기대서서 가져가 책을 읽는다..

 

내 앞을 지나처가는 사람들이 마치 영화속 슬로우 모션처럼 흘러가고 귓속은 제목을 알지 못하는 음악으로 가득차 있고.....

 

입장을 알리는 웅장한(?) 전자음에 터벅터벅 좌석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는다..

 

옆자리가 두자리 비어있어 편히 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으나 아쉽게도 공연시작전 누군가 다가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선초등학교 교감선생님 내외분..

 

급히 일어나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참 인연이 많은 분이다..

 

동대 평생교육원 근무할때 초등학교 영어교실 운영을 하면서 강의실 관계로 알게 된 분인데 시향에서 뵙게되어 그 이후로는 매번 시향때마다 인사를 드리는데 오늘은 옆자리에 앉으실줄이야.

 

혼자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음악듣는게 제일 뻘줌한 시간 중 하나인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후기치고는 서론이 너무 길었나보다..

 

7시 30분.. 공연이 시작됨을 다시 알린다.

 

무대에는 천으로 가린 대형 그림판과 테이블.. 몇가지 소품이 보인다.

 

오페라 전용 극장도 아니고 그정도의 공간도 나오지 않을 텐데.. 온통 시선이 무대로 향한다.

 

수석지휘자 리 신차오가 등장하고 카바라도시역의 테너 전병호와 성당지기역의 베이스 함석현이 무대로 걸어나온다..

 

약간의 액션이 가미 된 테너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채우기 시작한다..

 

좁은 공간이 오히려 관객들에게는 웃음을 준다.... 성당지기가 청소를 하면서 슬쩍 비올라 연주자 의자를 닦아댄다.. 살짝 당황해보이는 비올리스트.. 지휘대쪽도 청소를 해주시고..

 

이런 애드립같은 액션을 리 신차오는 능숙하게 받아낸다..

 

보통은 오페라 연주는 무대 아래쪽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지라 오케스트라와 가수들이 한 자리에 공연하는 일은 거의 없을 텐데 예상외로 보는 재미가 생긴다..

 

잠시후 등장한 안젠로티역의 바리톤 박기국

 

굵직한 목소리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주거니 받거니 두사람의 연기를 마친후 드디어 등장하는 토스카..

 

김유섬이라는 소프라노는 처음 무대에서 마주하는 듯... 예상외로의 가창력과 스타일이 눈과 귀를 집중하게 만든다..

 

한가지 아쉬웠다면 스카르피아 남작역이 아마도 가사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듯 자주 모니터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부족한 시간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반가운 모습도 보인다..

 

스폴레타역의 강은태님. 지난번 시인 윤동주라는 작품에서 처음 알게되었는데 살짝 코믹한 분위기가 너무도 멋지게 보이는 테너..

 

간간히 이어지는 토스카의 독창...

 

박수를 아끼기에는 너무도 멋진 열창이었지 않았을까...

 

어느덧 1부를 마치고 인터미션...

 

또다시 방황의 시작... 결국은 공연장 밖 소극장 앞까지 걸어가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들고 대극장까지의 산책(?)을 하고.. 뻘쭘함을 없애기 위해 얼릉 공연장으로 입장..

 

건너편 앞쪽에 앉으신 분이 왠지 성모내과 원장님 같아 보였는데.. 가운을 안걸치고 계시니 긴가민가해서

 

그냥 일단.. 무시..

 

2부가 시작되면서 드러나는 스카르피아의 애욕에 찬 음모...

그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카바라도시에 대한 고문을 가하고 그것을 빌미로 토스카에게 하룻밤을 요구하고..

결국 거짓 맹세를 통해 사면장을 받아낸 토스카 결국 스카르피아를 칼로 찔러 죽이는 장면..

 

카바라도시에 대한 사랑은 결국 그녀를 살인자로 만들고... 그렇게 2부가 끝난다..

 

아.. 또다시 인터미션.. 두번의 인터미션은 시향에서는 처음인듯..또 어정쩡한 시간을 뻘쭘하게 보내고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3부가 시작되면서 무대의 열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불후의 명곡으로 칭송되는 별은 빛나건만이 울려퍼지고, 어느덧 무대는 카바라도시의 총살장면, 분명 사면을 약속했던 스카르피아는 거짓사면장을 토스카에게 건넸을 뿐.. 뒤늦게 사실을 알아버린 토스카의 절규 가슴을 찢어놓을 듯한 외침... 카바라도시의 주검 옆에서의 아리아.. 그리고 한맺힌 자결..

 

여지껏 나름 부산시향을 통해 다양한 성악가들을 만나왔지만 이토록 집중하고 이토록 애절한 가수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의 감동적인 무대...

 

모처럼만의 열정적인 박수로 가득찬 무대...

 

그렇게 토스카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그날의 무대는 나만 좋았던 것이 아니었던지 로비에서의 지인들과의 인사를 나누는 내내 소프라노에 대한 칭찬과 리신차오에 대한 평이 줄을 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침 아이팟에 넣어두었던 별을 빛나건만을 다시 들으면서 감동의 장면을 돌이켜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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